옥천암 겨울스키캠프를 다녀와서 …2015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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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 작성일 15-08-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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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1,2년간 만나지 않아 어색한 사이, 혹은 아직 이름도 잘 모르는 언니, 오빠들이 대부분이고 얼굴도 몇 번 뵙지 않은 스님과 함께라는 스키캠프여서 사실은 가지 않으려 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함께 어울릴 사람이 없어서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친해질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촌 언니가 당일로 함께 가서 보드를 배우자는 제안에 하루뿐이기도 하고 ‘보드만 타다 오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출발했다. 버스에서는 어색할 줄 알았던 분위기가 꽤 화기애애해서 왜 진작 친해지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만남에 소심했던 내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스키장에 도착해서 생겼다. 대부분이 거의 보드를 처음 배운다는 말을 듣고 함께 강습을 받았지만 그래도 왠지 나와 부호스님이 제일 못 탈 것이라고 생각해, 스님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스님이 분명 스님은 스키를 배우는 데에도 몇 년이 걸렸다며 데굴데굴 구를 것이라고 보드를 못 배우시겠다고 그러셨었는데, 스님은 강사 선생님께 잘 타신다며 칭찬을 듣고 내가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것이었다. 살짝 배신감을 느꼈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넘어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드는 스키와 다르게 발이 묶여있는 것이 무서워서 속도도 제대로 못 내고, 계속 넘어져서 엉덩이가 아팠지만 강사 선생님이 친절하셔서 어찌어찌 잘 배운 것 같다. 그렇게 강사 선생님께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언니 오빠들과 타는데 내가 잘 못 타서 혼자 뒤쳐져있는 데에도 기다려줘서 너무 고마웠고 처음 탔지만 나름 발전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야간스키를 탈 때 즈음에는 서로 정말 친해져있었고 나도 조금은 늘어서 함께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 함께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 보니 새삼스럽게 그동안 혼자 끙끙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 언니 오빠 이야기를 들으면서 뭐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조금 마음의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스키캠프를 갔다 와서 이틀은 누워서 잘 움직이지 못했지만, 대학생부 언니 오빠, 동생과 더욱 친해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리를 두고 있던 내 자신을 반성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글 | 신하연(대학생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