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2008년 12월호) ...“절에도 매주 나가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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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08-11-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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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저에게 종종 물어보는 말입니다. 교회가 아닌 절에 그것도 매주 빠짐없이 나가는 일이 신기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매주 절에 나가게 될 줄 몰랐습니다.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엄등에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말에 자의반 타의반 그림을 그리러 갔던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작은 모니터 안에서 벗어나 큰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장엄등 작업이 끝나면 그걸로 끝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절에 다닌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을 뿐더러 절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린이 여름불교학교에 간사로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우연히 간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작은 재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일이고 힘이 되는 일이었기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딘가에 속하거나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았던 제가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간사를 통해 청년회의 일원이 되고 어느새 어린이법회의 간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불교가 가깝게 느껴지기 보다는 어렵고 힘든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힘든 일이 생기면 지푸라기라도 잡게 되듯이 저도 어딘가 의지할 곳이 필요해 기도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비로소 불교라는 것이 마음속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나를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많은 분들이 보였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두운 순간에 빛이 되었고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 가르침 속에서 점점 변화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입시 때는 대학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취업걱정에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보다는 무언가에 쫓겨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절이란 곳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찬찬히 나를 돌아볼 시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법문, 교리공부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등’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처음 절에 오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미숙하지만 몇 번 작업을 하고 실수도 하다 보니 애착이 생긴 것 같습니다. 등 작업은 잘 다뤄보지 않은 재료들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고, 빛에 의해 변하는 색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저에게 변화의 즐거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은은한 불빛으로도 어두운 곳곳을 밝혀주는 등을 보며 마음을 배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빛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빛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임)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 청년 여러분! 주저 말고 옥천암 청년회에 함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