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되기보다는 부처가 되어가는 삶”...현경거사님(201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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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11-07-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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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기 불교입문과정 안내’ 라는 A4 용지를 아내가 건너 주었을 때 3개월 강의 일정이 눈에 들어온다. 2600년 전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를 3개월 만에 배울 수 있을까? 일요일에 다니던 산행은 어떻게 하지. 더욱이 작년 6월 아버님의 폐암 말기 선고는 수만 개의 무성한 번뇌와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나를 더욱 더 망설이게 하였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 물고 있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개근상만은 받겠다는 일념으로 정진에 정진(?) 한 결과, 사찰순례를 포함한 입문과정 교육을 모두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 속에서 한없이 두렵고 외로움에 떨었던 내 인생의 우물에서 영롱이 빛나는 부처님의 가르침 하나를 길어 올리게 되었다.

‘사찰의 구조와 불교의 예절’을 시작으로 ‘부처님 생애와 진리의 세계’로 이어진 강의에서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도 배우고, 부처님의 깨달으신 내용이 인연의 이치이며 연기의 법칙임을 배웠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다’는 연기의 진리, 자연의 원리이며 우주의 법칙으로 모든 것에 적용된다는 가르침은 일상의 무게에 짓눌러왔던 나의 마음자리가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미지의 空이 두려워 하찮은 일들에 집착했던 순간순간 또한 스친다.

마지막 날 강의에서 상인스님의 ‘마음자리 하나’를 강조하시면서 불교는 믿음과 수행을 겸비한 종교이며, 수행의 근본은 하심이라고 말씀 하신다. 하심은 나를 버리는 것. 나를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를 놓아 버리면 나와 상대와의 관계가 보이고 주변 환경과의 인과가 보인다. 하찮은 것, 무의식적 행동들, 우리의 삶에서 나하고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것들이 나를 중심으로 한 인과로 다시 보인다는 말이다. 주변 사람들이 눈 안에 들어오고 그 들 생각을 얻게 된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 무한경쟁이 아니라 무한향상 한다는 마음가짐이 하심의 시작은 아닐까?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 같은 우리 일상에 만연된 희로애락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불교입문교육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상인스님의 강의 내용은 내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나의 존재감이 강하게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과의 새로운 만남은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젠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절제하고 남에게 양보하는 삶, 나와 가족과 이웃의 꿈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리고 실천하는 삶, 부처가 되기보다는 부처가 되어가는 삶을 하루하루를 즐기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젠 나의 들숨이 누군가의 날숨이고 나의 날숨이 누군가의 들숨이란 걸, 그래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잠들었다가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