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기도에서 배움으로…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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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11-10-2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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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 즈음이면 세월의 빠름에 늘 헛헛한 탄식이 터져 나오곤 한다. 딸아이 수능기도가 인연이 되어 옥천암 사문에 들어선 것이 벌써 1년 반이 지나고 있으니 말이다. ‘불교가 무엇인지? 불보살님이 어떤 분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열심히 기도를 했었다. 돌이켜 보니 수시접수, 논술, 수능을 한 달 여 앞둔 수험생이나 부모들이 가장 힘들고 더 간절한 시기였다. 수많은 경쟁 인파 속으로 총총히 걸어 들어가던 딸아이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 돈다. 수능기도를 붙이고 스님, 도반들과 함께 일념으로 기도함으로써 그 누구도 건들이지 않는다던 ‘고 3 엄마’ 생활을 수월하게 넘긴 듯하다. 살면서 몇 가지 안 되는 잘한 일 중에 옥천암과 인연을 맺어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된 것이 으뜸이 아닐까. 수험생을 둔 법우님들 얼마 남지 않은 동안 전심전력으로 기도, 수행하며 매달립시다. 파이팅!
 수능기도를 끝낸 후 시작된 기본교리 강좌를 통해 사소한 사찰 예절에서부터 낯선 불교 용어, 어려운 12연기법, 사성제, 팔정도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강의는 매 시간마다 모두 소중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교리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항상 이렇게 이해를 했는가 싶으면 저쪽이 흐트러지고 그럼 이건가 하고 생각하면 다른 한 쪽이 어그러지는 느낌이랄까? 지금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항상 있지만 공부하면서 간신히 찾아가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9기 기본교리를 끝내고 9월부터 시작된 천수경 강좌를 이어 수강하게 되어 감사할 뿐이다. 가장 많이 읽혀지기도 할뿐더러 어떠한 불교 의식에서나 가장 먼저 독송되는 천수경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가 크다. 인연을 중시하는 불가에서 초발심자인 내가 기본교리와 천수경 강의 모두를 상인스님께 배우고 있으니 나에게는 대은사이시다. 스님께선 공부하고 열심히 복습하는 불제자들을 예뻐하시니 경전반 모든 학생들은 복습은 기본이고 어떤 이는 감히(?) 예습을 하기도 한다.
 공부는 신나고 즐거이 하고 있으나 다른 신행생활이 부족하니 부끄럽기도 하다. 상인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신, 해, 행, 증을 모두 행하는 신도가 되기 위해 먹물이 화선지에 배어들어가듯이 신행생활을 하려한다. 가까운 이웃이나 자녀가 부처님 법을 만나게 하려면 나 자신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한 방법이라 하니, 나를 닦는 것에 힘써야겠다. 절에 다니면서 변화된 엄마의 모습에 엄지를 치켜세우는 환한 아들의 미소를 기대하며…
글.박해옥(연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