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정초기도를 여법하게 회향하고 다녀온 법주사...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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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13-03-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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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로서 성지순례를 한다는 것은 항상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번에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의 충북 보은에 있는 법주사에 간다고 하니 더욱 간절함이 더 했다. 왜냐하면, 40여 년 전 신혼여행의 추억이 깃든 곳으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고, 그날의 마음이 굳건하게 가슴속 깊이 남아 아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때는 3월이었지만 이번에는 2월이라 눈 위로 스치는 바람 소리가 더 스산하게 느껴졌다. 개울가에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차갑고 상쾌한 공기는 달콤하기만 했다. 그때에 비해 변한 것은 길바닥이 온통 황톳길로 되어 있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원적외선이 인체에 흡수되어 신진대사, 노화방지, 만성피로 등 우리의 몸에 너무 좋다고 생각하니 걸음이 가뿐 해졌다.
자연이 물려준 속리산의 아름다운 경치와 바위들 그리고 역사 깊은 문화유산들이 어우러져 있는 법주사,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이란 현판의 문구가 있는 일주문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겼다. 첫 입구인 금강문을 지나서 천왕문 앞에는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우뚝 선 전나무 두 그루를 볼 수 있었다. 꼭 천왕문에 모셔진 사천왕을 보좌하고 있는 거대한 수문장처럼 느껴졌다.
경내를 순례하는 중에 법주사 주지스님께서 옥천암 신도들을 부르셔서 차 한 잔을 같이 하셨는데, 대화 도중 40여 년 전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왔다고 하니까 스님께서는 “요즘 해외여행을 하고도 돌아오는 길에 갈라서서 따로따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소박하게 절을 찾아와서 인생길을 서로 다짐하여도 잘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생활 4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금슬(琴瑟)이 있는 부부생활은 무엇일까?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처럼 불길이 하늘 높이 솟아야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불을 지필 때 불쏘시개를 사용하며 불을 살리는 지혜가 있고, 화롯불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면서 밤을 구워 서로 입에 넣어주면서 맛을 같이 느끼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법주사에서 조용히 무언의 다짐과 함께 경건한 마음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 후 둘러보지 못한 법주사를 돌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름다운 법주사를 둘러보게 되어 행복했고 많은 문화재를 만나게 되어 경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된다. 정말 법주사는 국보급 유물과 보물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다. 법주사 정경에 넋을 빼앗기다가 문득 겨울 풍경으로 비치던 나뭇가지에 겨우 달린 잎새 하나에도 불은(佛恩)이 느껴졌다.
어느 곳에 눈을 돌려도 행복한 풍경이 많아서 참 느낌 좋은 하루였다. 신혼 여행지를 이곳으로 결정한 그 인연이 우리를 편안한 안락의 인생길로 또 불도의 길로 인도할 줄이야. 돌아오는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경치를 보면서 언젠가는 또다시 법주사에 오겠지 생각하니 따스함이 느껴졌다.
글_자문위원장 수정원(김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