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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법회 꼭 필요한가...법보신문 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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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로나 작성일 10-11-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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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법회는 사찰재정 확충과 일부 신도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도 불교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불교 고령화·기복화 일조…사회변화 반영 절실

자녀·직장인 배제…일요법회로 전환돼야




대구 유가사 주지 계성 스님은 지난 6월부터 으레 해오던 음력 초하루 법회를 없애고 대신 일요법회를 정례화 했다. 양력을 기준으로 생활 습관이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음력 법회만을 고집할 경우 법회에 참석하는 대상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평일과 휴일을 구분하지 않고 돌아오는 음력 초하루 법회는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절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찰에서 전통적으로 해오던 초하루법회를 과감히 바꾸는 데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음력 초하루는 절에 가는 날’이라는 인식이 오랜 기간 뇌리에 박혀 있던 신도들에게 스님은 ‘전통을 우습게 여기는 스님’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야만했다. 그러나 스님은 “휴일 날 가족과 함께 법회를 보자”며 반발하는 신도들을 설득해 나갔고, 그 결과 얼마 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냈다. 초하루 법회 당시 채 100여 명에 불과했던 신도수가 일요법회가 시작되면서 서너 배나 늘었다.


최근 대구 유가사처럼 음력 법회보다는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일요법회에 중심을 두고 있는 사찰이 늘고 있다. 서울 옥천암도 정기적으로 하던 음력 보름법회를 없애고 각종 음력 기준의 재일법회를 대신해 일요법회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능인선원, 구룡사, 봉은사 등 도심 사찰들이 일요법회를 활성화해 가면서 점차적으로 음력 정기법회가 줄어드는 추세다.


◇음력법회 현황=사찰의 정기법회는 매월 10재일을 정해 절에서 몸과 마음을 청정토록 하는 기도를 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즉 매월 1일(정광여래재일), 8일(약사재일), 14일(보현재일), 15일(미타재일), 18일(지장재일), 23일(대세지재일), 24일(관음재일), 28일(비로자나재일), 29일(약왕보살재일), 30일(석가여래재일) 등 10재일에 맞춰 각 사찰에서 법석을 열었던 것이 법회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특히 19세기 말 양력이 보급되기 이전까지 음력을 기준으로 삼았던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이 날짜가 정착됐고, 오늘날까지 음력법회가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 됐다.


◇음력법회의 문제점=그러나 이 같은 음력법회 전통은 양력을 기준으로 삼는 현대사회에 이르러 점차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됐다. 이미 우리 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면서 음력보다는 양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과 휴일의 구분 없이 진행되는 음력법회는 직장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법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았고 부정확한 법회 날짜는 정기적인 신행활동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다보니 평일 열리는 음력초하루 법회는 경제활동을 그만 둔 노보살들만의 법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음력법회가 ‘불교 노령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음력법회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신앙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직장생활을 하는 집안의 가장들과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법회 참석이 줄어들고 노보살 위주의 법회가 진행되면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신행활동의 빈도가 크게 줄게 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사찰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청소년 법회가 종단과 사찰의 관심도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어린이 청소년에게 불교는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대신하는 종교쯤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불교의 기복화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안은 없나=이처럼 사찰에서 음력법회를 전통이라고 고집하는 사이 불자인구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현재 불자 인구의 상당수가 노보살 중심의 노인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20년 후면 불자인구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젠 음력 위주의 법회에서 벗어나 모든 계층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일요법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임시중앙종회에서 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종책질의를 통해 “각 사찰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농경시대에 맞춘 음력 위주의 법회에 계속해서 중심을 둔다면 장기적으로 불교는 우리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종단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영 기자


“변화 필요하지만 전통 계승도 중요”
 



“양·음력법회  병행하되 법문은 필수 ”


불교인구 고령화 등 음력법회의 문제점을 공감하면서도 음력법회가 필요하다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


대다수의 스님들은 평일에 초하루법회 등이 열리면 노보살과 가정주부,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남성으로 참석 신도가 국한되는 단점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음력법회가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족단위의 신앙생활이 어렵고 덩달아 어린이·청소년 포교에도 음력법회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전통문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통문화를 배격한 기독교와 달리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받아들인 한국불교가 음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정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명절인 설과 추석을 음력으로 지내는 게 현실”이라며 “음력법회는 전통문화를 이어간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며 이를 외면할 경우 자칫 불교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4년 째 음력법회를 참석하고 있는 조계사 신도 장경사(70·견도화) 씨는 “한국인의 고유 정서는 음력을 따른다”고 강조했다. 장 씨는 “불교에선 초하루를 정광재일이라 하는 데 불자들은 음력법회 만이라도 오신채와 육식을 금하는 등 심신을 청정히 하고 있다”며 “중생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하려는 생각들을 스님들이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중들의 음력법회 요구는 법회 참석률에서도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실제 초하루법회와 일요법회 참석 신도수가 많게는 10배 적게는 5배 이상이 나는 사찰도 다수였다. 수원사 주지 성관 스님은 “초하루법회 땐 1000명이 넘는 신도들이 기도하러 절을 찾아 왔었다”며 “지금은 600여명 정도 오지만 일요법회 150여명이 비하면 음력법회 신도들의 참석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음력법회 때 신도들이 보시하는 기도비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몇몇 주지 스님들의 토로도 있었다. 사찰 재정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 위주의 음력법회를 부정하기 보다 단점을 법문으로 보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적지않다.


도심포교 성공 모델로 꼽히는 부산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젊은 층은 법문에 대한 욕구가 많다”며 “음력법회든 일요법회든 스님들은 좋은 법문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이는 필수”라고 밝혔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도 “법회는 많을수록 좋다”며 “음력법회 때 법문하지 않는 스님은 책임 방기”라는 따끔한 충고도 곁들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력 위주의 현대 생활패턴을 법회에 적용하지 않을 경우 불교를 찾는 인구는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법장사 주지 퇴휴 스님은 “주 5일 근무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음력법회 참석 신도의 고령화를 낳았고, 이제 인원도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주말법회나 주중 야간법회, 일요법회 활성화는 향후 불교 미래를 위한 필연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해외 불교계는 어떻게?
 

대만은 토요법회…일본 전부 양력화

 
 



전통적으로 음력을 사용했던 동아시아 불교계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력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법회 형태도 크게 변화됐다.


대만 불교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초하루와 보름을 비롯한 각종 재일을 음력에 맞춰 법회를 열고 있으며, 부처님오신날도 음력에 맞춰 기념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찰에서는 직장인, 맞벌이부부, 어린이·청소년 등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해 주말에 다양한 형태의 법회가 이뤄지고 있다.


대만 불광산사 분원인 서울 불광산사 의은 스님은 “한국과 달리 대만에서는 토요일 오후와 저녁에 법회를 여는 곳이 많다”며 “어린이, 어머니, 선생님 등 법회도 특성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메이신유신 때 음력을 완전히 폐지하고 전적으로 양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교 관련 모든 행사도 양력에 맞춰 이뤄진다. 부처님오신날은 양력 4월 8일, 우란분절은 양력 7월 15일에 연다. 또 부처님오신날 못지 않게 성대하게 법회를 여는 종조기일 행사도 모두 양력으로 지내고 있다.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