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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현실 외면 땐 군소 종교로 전락할 것 [2010 0316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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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산 작성일 10-05-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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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불교 멸망 원인 규명 호사카 슌지 교수

"한국불교, 현실 외면 땐 군소 종교 로 전락할 것"

기사등록일 [2010년 03월 16일 13:27 화요일]
 



지난 2008년 출간된 일본의 저명한 비교종교학자인 레이타쿠(麗澤)대학 호사카 슌지(54) 교수의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한걸음 더)는 한국불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인도불교는 이슬람의 침략으로 거대한 사원이 파괴되고 수많은 스님들이 학살됨으로써 교단이 무너졌거나 혹은 불교의 교의와 의례에서 정체성을 잃고 힌두교화 됨에 따라 저절로 소멸했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7~8세기 서인도 불교의 사정을 전하는 이슬람 자료인 『차츠나마』를 토대로 불교는 힌두교 및 그 정통파 권력에 대한 대항세력으로서의 고유한 역할을 이슬람에 빼앗기면서 인도사회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호사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개적인 비판도 있었지만 한국불교는 인도불교의 멸망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런 가운데 호사카 교수가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했던 동국대 불교학부 김호성 교수의 초청으로 지난 3월 7일 한국을 방문했다. 본지는 3월 8일 조계사 인근에서 호사카 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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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불교의 멸망을 다룬 저술로는 이 책이 유일한 것 같다. 이 주제를 다룬 이유는?
“인도불교 멸망의 원인을 연구한다는 것은 배타적 일신교를 비롯한 불교 주변의 환경이 점점 혹독해져 가는 속에서 이 시대 불교가 어떻게 스스로의 존재를 지켜 나가고, 그 고매한 가르침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의 출판 이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판카즈 모한 교수는 “이슬람에 ‘안티 힌두교’의 위치를 잃었기 때문에 인도에서 불교가 멸망했다는 학설은 잘못됐다”며 “불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이슬람을 수용했다는 『차츠나마』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라크전을 일으킨 부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오류다”라고 반론했다.
“이슬람의 무력 침공과 불교의 힌두이즘화가 불교의 멸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힌두교나 자이나교는 똑같은 이슬람의 탄압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도 지금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 지역들은 당시 불교가 가장 융성했던 지역들이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사항은 이슬람의 침략과 더불어 불교가 민중으로부터 어떻게 해서 유리되고 소멸됐는가를 규명해야 하는 점이다.”


인도불교의 멸망은
지나간 이야기 아닌
동아시아 현실 문제


▷이슬람 자료인 『차츠나마』는 어떤 자료인가?
“『차츠나마』는 인도이슬람연구의 기본문헌으로 평가받는 자료다. 『대당서역기』의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이 자료는 7~8세기 서인도 일대의 불교와 힌두교의 정치적·문화적 관계를 비롯해 불교도의 이슬람 개종 등 서인도 말기의 불교 상황 등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다. 이런 여러 자료들과 선행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불교의 교리적인 면과 종교적인 면을 중시한 사람들은 힌두교에 흡수되고, 불교의 안티힌두적인 정치적 기능을 중시한 사람들은 이슬람교도 개종했다는 것이다.”


▷당시 불교와 힌두교의 관계는 어땠는가? 힌두교에서는 아직도 비쉬누의 아홉 번째 화신을 붓다라고 보지 않나?
“붓다가 비쉬누의 화신이라고 해서 힌두교가 불교문화를 보호했다고 보나? 전혀 그렇지 않다. 붓다는 힌두교에 저항하고 반발하는 악마적인 신성으로 오랜 세월 간주돼 왔으며, 붓다의 강한 이미지로 인해 비쉬누의 화신으로 인정됐을 뿐이다. 불교는 힌두교의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이었던 것이다.”


▷이 책 서문에 1995년 3월 일본에서 옴진리교라는 불교 계통의 신흥종교 집단이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를 살포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불교계를 비판했는데?
“당시 기성불교계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고도 일본의 불교가 사회적 신뢰를 얻을 것이며,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일본의 불교는 이미 자정능력을 잃어버렸으며, 사회로부터도 유리됐다고 보았다.”


▷인도불교의 멸망을 연구한 학자로서 일본불교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대단히 암울하다. 장례의식만 남아있을 뿐 신앙심이 없다. 사찰경제가 오로지 장례에만 의존하는 탓에 지금 젊은 세대들이 훗날 절에서 장례를 지내지 않게 되면 절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 30~40년 안에 일본에서 불교신앙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메이지유신 이후 정권은 신도는 떠받들고 불교는 혐오하도록 하는 ‘경신혐불(敬神嫌佛)’ 정책을 폈다. 또 불교계의 사회참여를 철저하게 막았다. 불교계도 거기에 저항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보다는 오직 장례에만 매달렸다. 지금도 일본에서 한해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설령 불교계가 그런 목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그런 불교계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기는커녕 ‘왜 월권을 하느냐?’며 대중들이 냉담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일본에선 불교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 이유는 메이지정권의 영향도 컸지만 스님들이 세속인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컸다. 일반인들보다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으며 사는데 누가 종교인을 존경하겠나. 몇 해 전 장례 문제로 한 스님을 우리집에 초정했는데 10분 정도 경 읽고 나더니 담배 피고 술 먹고…. 오죽했으면 우리 어머니까지도 나 죽으면 스님 부르지 말라고 하실 정도였다.”


▷일본에는 불교계에서 세운 대학도 많은데 거기에서 배출되는 인재들도 많지 않나?
“불교에서 세운 대학들에서도 불교학과가 찬밥신세이거나 사라진지 오래다. ‘불교’라는 이름이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불교혐오’ 팽배
장례에만 매달린다면
30여년 뒤 사라질 것


▷그렇다면 불교가 일본 사회에 꼭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불교는 일본인들과 천수백 년을 함께 해온 문화와 사상의 보고이다. 불교가 사라진다면 일본인들에게 참으로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문제에 대해 일신교가 하나의 대답을 한다면 불교는 천 가지 탁월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지금 일본은 황폐해져 있고 의지할 곳이 없다. 자살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전쟁과 경제성장에만 매달렸던 일본의 근현대사로부터 비롯된다. 불교는 고통 받는 일본인들의 안식처인 동시에 환경파괴 등 온갖 난제들과 맞닥뜨린 인류의 살 길이기도 하다.”


▷한국불교 미래는 어떻게 보나?
“한국불교는 일본불교와 달리 존경받는 스님들이 적지 않고 불교인들의 신앙심도 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불교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설 곳이 없게 된다. 스님들은 계율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세속과의 차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갖고 불교의 정신에 입각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난과 고지식함이 일반인에겐 허물일 수 있어도 종교인에겐 존경심의 원천일 수 있다. 아무리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한국불교라도 스님들이 세속인과 추구하는 것이 비슷하고, 현실 문제를 외면한다면 불교는 결국 군소종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연구 계획은?
“불교 사상에 기반한 정치와 경제의 모델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040호 [2010년 03월 16일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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