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법회 꼭 필요한가...법보신문 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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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법회는 사찰재정 확충과 일부 신도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도 불교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불교 고령화·기복화 일조…사회변화 반영 절실 자녀·직장인 배제…일요법회로 전환돼야 대구 유가사 주지 계성 스님은 지난 6월부터 으레 해오던 음력 초하루 법회를 없애고 대신 일요법회를 정례화 했다. 양력을 기준으로 생활 습관이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음력 법회만을 고집할 경우 법회에 참석하는 대상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평일과 휴일을 구분하지 않고 돌아오는 음력 초하루 법회는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절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찰에서 전통적으로 해오던 초하루법회를 과감히 바꾸는 데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음력 초하루는 절에 가는 날’이라는 인식이 오랜 기간 뇌리에 박혀 있던 신도들에게 스님은 ‘전통을 우습게 여기는 스님’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야만했다. 그러나 스님은 “휴일 날 가족과 함께 법회를 보자”며 반발하는 신도들을 설득해 나갔고, 그 결과 얼마 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냈다. 초하루 법회 당시 채 100여 명에 불과했던 신도수가 일요법회가 시작되면서 서너 배나 늘었다. 최근 대구 유가사처럼 음력 법회보다는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일요법회에 중심을 두고 있는 사찰이 늘고 있다. 서울 옥천암도 정기적으로 하던 음력 보름법회를 없애고 각종 음력 기준의 재일법회를 대신해 일요법회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능인선원, 구룡사, 봉은사 등 도심 사찰들이 일요법회를 활성화해 가면서 점차적으로 음력 정기법회가 줄어드는 추세다. ◇음력법회 현황=사찰의 정기법회는 매월 10재일을 정해 절에서 몸과 마음을 청정토록 하는 기도를 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즉 매월 1일(정광여래재일), 8일(약사재일), 14일(보현재일), 15일(미타재일), 18일(지장재일), 23일(대세지재일), 24일(관음재일), 28일(비로자나재일), 29일(약왕보살재일), 30일(석가여래재일) 등 10재일에 맞춰 각 사찰에서 법석을 열었던 것이 법회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특히 19세기 말 양력이 보급되기 이전까지 음력을 기준으로 삼았던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이 날짜가 정착됐고, 오늘날까지 음력법회가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 됐다. ◇음력법회의 문제점=그러나 이 같은 음력법회 전통은 양력을 기준으로 삼는 현대사회에 이르러 점차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됐다. 이미 우리 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면서 음력보다는 양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과 휴일의 구분 없이 진행되는 음력법회는 직장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법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았고 부정확한 법회 날짜는 정기적인 신행활동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다보니 평일 열리는 음력초하루 법회는 경제활동을 그만 둔 노보살들만의 법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음력법회가 ‘불교 노령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음력법회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신앙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직장생활을 하는 집안의 가장들과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법회 참석이 줄어들고 노보살 위주의 법회가 진행되면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신행활동의 빈도가 크게 줄게 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사찰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청소년 법회가 종단과 사찰의 관심도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어린이 청소년에게 불교는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대신하는 종교쯤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불교의 기복화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안은 없나=이처럼 사찰에서 음력법회를 전통이라고 고집하는 사이 불자인구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현재 불자 인구의 상당수가 노보살 중심의 노인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20년 후면 불자인구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젠 음력 위주의 법회에서 벗어나 모든 계층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일요법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임시중앙종회에서 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종책질의를 통해 “각 사찰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농경시대에 맞춘 음력 위주의 법회에 계속해서 중심을 둔다면 장기적으로 불교는 우리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종단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영 기자 “변화 필요하지만 전통 계승도 중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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