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륵사서 방생법회 ‘4대강 공사’로 신음하는 생명젖줄에 참회...법보신문 10. 2. 23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홍보팀 작성일 10-02-24 15:24

본문




1266921012.img.jpg

“모든 땅과 물은 나의 옛 몸이고, 모든 불과 바람은 나의 본체입니다.”(범망경)
우주의 모든 기운이 모여 피어내는 뭇 생명들은 모두 나의 옛 몸이고 본체이다. 다른 생명의 기운으로 인간도 생명을 유지한다. 그리고 인간도 생을 다하면 흙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른 생명의 거름이 된다. 생명의 순환이다. 오래된 진리다. 연기다. 다른 생명이 있으니 인간도 있고 다른 생명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뭇 생명들이 생명을 피어내는 봄의 길목. 봄기운을 머금은 바람은 여주보 공사가 한창인 남한강에도 불어왔다. 잔잔한 물비늘을 위로 이름 모를 새들이 한가로이 무리지어 앉았다. 그리고 여주보를 쌓는 굴삭기의 굉음은 강바람을 타고 생명의 강을 위한 참회와 기도의 법회를 올리는 여주 신륵사 강변 모래사장까지 와 닿았다.


생명의 강을 위한 연합방생법회 및 수륙재 봉행위원회는 2월 23일 여주 신륵사 강변 모래사장에서 방생법회 및 수륙재를 봉행했다. 생명젖줄 4대강에 깃든 뭇 생명들에게 참회의 절을 올리며 강을 살리겠다는 서원을 하는 생명 외경의 장에 화계사를 비롯해 수원사, 금선사, 옥천암, 봉영사, 신륵사, 용화사, 법장사, 용천사, 좋은절에서 1500여 사부대중들이 참석했다.


1266921038.img.jpg

생명살림을 위해 법석에 오른 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불살생계와 강 방생의 의미를 설했다. 청화 스님은 “비구 250계, 비구니 348계, 보살 48계, 사미 10계, 재가 5계의 첫 계율이 불살생이며 이는 불자들에게 자비를 실천하라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어망에 걸려 물고기처럼 비명도 못 지르고 몸부림만 치는 강을 방생하는 방법은 불자 모두 대운하 공사인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서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1266921097.img.jpg

1500여 대중은 남한강을 향해 합장하고 머리를 숙였다. 인간을 위한 개발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희생된 유주무주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며 생명 평화를 위한 참회의 21배와 기도를 올렸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신음하는 뭇 생명을 생각했고,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한 미안함을 알고 침묵은 대규모 살생을 방조하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인간 중심주의가 지구 생명 공동체 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사무치게 깨달아 새겼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음이 지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림을 고했다. 또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땅을 품에 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보살행으로 삶이 생명평화운동이 될 수 있기를 서원했다.


1266921073.img.jpg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은 생명의 강 살리기를 1500여 대중에게 호소하고, 강에 깃든 생명을 죽이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스님은 “강은 인공 수로와 달리 굽이돌고 여울지며 상처받은 몸을 스스로 치유하고 물고기와 새들을 기르는 생명이자 생명젖줄”이라며 “4대강 사업은 이런 생명의 순환 고리를 끊는 가장 나쁜 형태의 살생”이라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질타했다.


이어 스님은 “법 절차도, 국민 여론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를 상대로 우리는 참회와 기도와 통곡 말고는 할 게 없다. 오늘 법회는 통곡”이라며 “아파 우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눈물이라도 흘리고, 정부의 죄업까지 우리가 지고 대성통곡해야 한다”고 설했다.


1266921125.img.jpg

1500여 대중들은 강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강과 강에 깃든 모든 생명들을 지키겠노라 남한강과 부처님 앞에 발원했다. 그리고 지장보살을 염하며 남한강 곁을 걸으며 발원을 되새겼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강을 보고서야 그것이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참회의 기도를 올립니다. 생명의 강과 그 곳에 깃든 무한한 생명과 그 모든 것을 품에 안은 국토가 개발의 폭력 앞에 무너지지 않게 해 주옵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생명의 근원으로 귀명(歸命)하는 수행과 성찰의 첫 걸음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썰물처럼 1500여 대중이 빠져나갔지만 남한강은 유유히 흘렀고 새들은 한가로이 물비늘 위를 노닐었으며 강바람은 청량했다. 예부터 그래왔다. 그러나 여주보 공사 굉음은 남한강을 여전히 할퀴고 있었다.


여주=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266921146.img.jpg